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잘쓰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고 필요한 영감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글을 조합해서 써내곤 했다. 통찰이 없는 글쓰기는 오래 남지 못하고 휘발됐다. 나는 마치 요즘 유행하는 ChatGPT 같았다.
하루의 순간들을 놓치는 것이 아쉽다고 느껴진다. 어디엔가 기록하지 않으면 금새 휘발되어 사라진다. 영감이 작고 고운 가루라면, 나는 항상 무언가 묻을 수 있는 건조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내게 묻은 가루를 뭉쳐 반죽을 만들고, 보기 좋은 작품을 빚어내고 싶다. 그 작품이 글이 아닐까.
책을 읽고 싶었다. 부끄럽지만 습관처럼 “책 읽는 방법”으로 검색을 했다.
- 내 수준과 흥미가 맞는 책을 읽어야한다
-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표시한다
- 텍스트로 옮긴 후, 내 생각을 적는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됐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매일 첫번째로 손이 갔던 책
- 내 글에 어떻게 마음을 담는지 고민하게 함
- 순수하고, 자유로웠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음
실제로 내가 느낀 감정은 이랬다.
- 추천한 이유를 공감했다
- 문장들이 감동받을만큼 아름답다
-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6-7p나에게서 남으로 시선을 옮겼을 뿐인데. 그가 있던 자리에 가봤을 뿐인데. 안 들리던 말들이 들리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슬프지 않았던 것들이 슬퍼지고 기쁘지 않았던 것이 기뻐졌다.
같은 글을 봐도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글이란 참 재미있다. 경험이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개미에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주일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시선을 개미로 옮기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듯 했다.
이 책은 여러 아이들에게 시선을 두게 한다. 아이들이 쓴 글을 몰래 훔쳐보며 잠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200-201p상처받지 않는 마음말고, 상처받아도 회복할 수 있는 마음. 고무줄 같이 탱탱한 그 마음을 구성하는 밑천 같은 것.
처음 코딩을 시작했을 때에 글을 썼다면 좋았을텐데 생각했다. 느낌만 남았지만 힘들었고, 행복했고, 보살핌 속에 있었다는 감정을 기억한다. 격려와 책임이 섞인 말을 듣던 때가 훗날 내가 버틸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
2020년 그때의 나처럼, 누군가 시작점에 서 있다면 진심을 담아 응원해주고 싶다. 훗날 지금의 나처럼, 그에게는 쓰러지지 않게 할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
229p좋은 글은 대체로 읽는 사람에게 장면을 선물한다.
책을 읽으면, 내가 아이가 되어 글방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나도 장면을 떠올리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268p가끔 사람들은 “쟤는 좀 (좋은/나쁜/이상한)부분이 있어”라고 표현하곤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이 세명의 인격을 데리고 살고 있는데 말이다.
가끔 주변에서, 아니 나조차도 어느 한 장면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미워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다. 글에서 아이들은 부모나 친구를 하나의 면으로만 보지 않는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줄 알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 글을 시작으로 계속 내 생각을 옮기는 습관을 들이려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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